사진감상에 대한 생각
디지털기술의 발달로 인한 사진인구의 폭발적 증가와는 무관하게 사진을 읽거나 해석하려는 일련의 감상의 눈높이는 제자리 걸음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오히려 느낌상으로는 비율로만 본다면 더 낮아 졌다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사진을 하나의 예술작품이나 적어도 어떤 마음의 동요를 가져오는 정신작용의 측면에서 본다면 눈높이를 따져본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각각의 자신이 느끼는 바에 따라 상대적으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소위 작가와 독자, 혹은 생산자와 소비자라는 전통적인 이분법의 체계를 허문다. 이를테면 작가의 의도와는 다르게 독자에게서 의미가 새롭게 해석될 수 있는 것이며 따라서 문학적 혹은 예술적 텍스트에 대한 소비자의 지위에서 독자에게 새롭게 생산자적인 지위가 부여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독자 혹은 감상자의 작품 혹은 텍스트에 대한 상대적 인식은 포스트모더니즘에 의해 하찮은 것이 아닌 매우 중요한 것이 된다.
물론 포스트모더니즘은 단지 이런 것만은 아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사람마다 다르게 규정되고 인식된다. 낙관적인 장미빛 미래를 선사해줄 것으로 여겨졌던 근대 이성의 배반에 대한 反모더니즘으로서, 때로는 예술의 한 사조로서, 또는 후기자본주의 사회의 문화 논리로서 등등 으로 이야기되는 포스트모더니즘으로부터 그래도 공통점을 뽑으라면 '해체' 라는 것으로서 억지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해체'에는 분명 '해방적인 요소'가 있음에는 틀림없다. 我와 非我의 확연한 이분법적 구조속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은 我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非我도 아닌 영역에 대한 관심의 확장을 불러왔다. 이를 통해 포스트모더니즘은 사회적으로 페미니즘과 함께, 게이, 레즈비안, 동성애 등의 성적소수자들을 비롯해 인종, 소수문화 등을 음지에서 양지로 나올 수 있도록 어느 정도 큰 영향력을 발휘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해체가 극단으로 치닫게 될 때, 모든 영역을 지우려 할 때,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와 그 의미발생의 구조자체를 해체하려 할 때 발생한다.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우려는 그것이 소위 거대담론의 해체라는 극도의 정치적 형태로 발현될 때 나타난다. 정치적으로 포스트모더니즘은 설사 그럴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親자본주의적이다. 그로인해 그들이 해체하려고 했던 권위들로 그들은 다시 회귀하게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더 다루어 보기로 하겠습니다)
이러한 해체는 요소들 간의 관계를 탈맥락화 한다. 기표와 기의의 상응관계는 포스트 모더니즘에 이르러 해체되고 기표는 끊임없이 부유한다. 기표는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니다. 또한 어느 누구의 것도 될 수 있다. 작품에 대한 사진에 대한 해석의 측면에서 독자의 해석, 의미의 다양함은 이러한 이유로 칭송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작품은 하나의 이미지로 해석되기를 기다린다.
그렇다면 진정 사진에 대한 감상은 그것을 감상하는 사람에 따라서 각양각색으로 나타나고 그 모두를 상대주의적 관점에서 인정해 주는 것이 진정한 감상의 미덕인가? 물론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사진의 의미는 그것이 놓인 자신의 '위치', 감상자의 사회적 '위치' 등을 고려해 넣는다면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것들을 파악하는 것을 비롯해 다양한 사진의 감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진의 위치, 맥락은 사진을 이해하는 혹은 감상하는데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반적으로 우리는 사진을 보고 어떤 생각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의미를 읽어내려고 한다.
아마 지젝이라면 다소 네가지 없어보이는 문장으로 이것에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바로 이렇게 만약 "그러한 이미지 혹은 사진이 특정한 방식으로 사진을 보도록, 혹은 해석하도록 한다면 어쩔텐가?"라고.
또한 이것은 그것이 보여주는 장면은 물론 그것이 전시되고 있는 곳, 그것이 현재 위치하고 있는 곳에 의해서도 큰 영향을 받는다. 이를테면 매그넘의 사진들이 인사동의 한 갤러리에서 전시되고 있는가 아니면 종로대로에서 전시되고 있는가?에 따라서 말이다. 마찬가지로 아주 오래전 거리에서 보았던 80년 광주의 사진을 전시회장에서 본다면 어떻게 다를까? 이라크전쟁에서 죽어가는 한 미국인 병사를 보고 오열하는 동료병사의 사진이 있다고 해보자. 이것이 보수적인 신문에 실릴 때와 진보적인 신문에 실릴 때의 느낌은 동일할까?
이 사진을 '세계보도사진전'에서 보는 것과 '신문'에서 보는 한 개인의 느낌은 어떻게될까?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과 찬성하는 사람은 각각의 장소에서 이 사진에 대해 어떤 해석을 내릴까? (이것은 지극히 평범해보이는 잘찍은 풍경사진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사진이 정치,경제, 사회, 문화적 맥락속에서 일정한 물리적 힘으로 사회에서 소통되고있으며, 또한 보는 이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성향이라는 매우 복잡한 요소들이 결합되어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이미지에 대해서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해체적 관점도, 정신분석학적 접근 등 다양한 접근방법이 있다.)
사람의 성향이라는 것은 앞서 언급한 것들과 매우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부르디외는 인간의 아비투스가 그들의 상징자본과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사회적 차별에 따라구조화 되고, 사회적 차별을 구조화한다고 보았다. 이 상징자본을 형성하는 것이 교육수준과 자본이라는 두 개의 큰 축이기 때문이다. 각 계급 혹은 계층간의 구별짓기는 바로 이러한 두요소에 의해 형성된 상징자본의 크기에 따라 진행된다. 이를테면 사진과 관련해서 '구별짓기'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상징자본도 적고 자본도 적은 혹은 상징자본이 적은 사회의 (하위)계층은 사진을 단순히 '기록'으로서 바라본다. 어떤 여행지에 가서 가족끼리 혹은 친구끼리 그 때의 즐거움 혹은 친분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위 중간계층, 혹은 상징자본만
풍부한 사람들은 어떨까? 이들은 사진을 예술로 바라봄으로써 하위계층과 구별짓는다. 그렇다면 소위 상징자본도 무쟈게 풍부하고 돈도 많은 상위계층은 사진을 어떻게 바라볼까? 그들은 사진을 예술로 보지도 않는다. 진정한 예술은 회화나 조각 등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것들을 예술로 봄으로써, 다른 계층과 구별짓는다. 물론 단순히 구별짓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상징자본은 자신의 계급을 유지하는 일종의 수단이 된다.
사진은 예술적 측면을 논하기에 이전에, 그것이 가진 조작적 특성을 떠올려보아야 한다.
그것은 버닝과 닷징 이라는 기술적인 측면을 포함해 위에서 논의했던 다양한 방향속에서, 해석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닌, 특정한 방향으로 해석될 것을 보는 이들에게 요구할 수도 있고, 실제로도 그런 경우가 많다. 어떤 사진에 대해 먼저 직감적으로 무언가를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요소들을 고려해서 그것이 요구하는 시선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을 시작으로사진에 대한 감상을 시작할 수도 있지 않을까.......
윤태용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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